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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4 02:25

그녀의 블라우스

간만에 강남나들이. 확실히 휴가철이라 그런지 덜 복잡한 느낌이더군요.

일이 있어서 신사역에 나갔다가,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오는 버스를 탔어요.
신사역에서 버스를 탔을 때에는, 버스 안에 20대 남자 한명, 20대 여자 한명 밖에는 없더군요.
 
남자승객은 버스 제일 뒷좌석에서 술에 취한채 정신없이 자고 있었고,
여자승객도 술에 약간 취한 듯,  중간 좌석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요.

별 생각없이 버스 뒷문 바로 뒤에 가방을 털썩 내려놓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딴 생각을 했어요.
버스가 신사역을 지나  압구정역 근처에 왔을때,
여자승객이 벌떡 일어나 뒷문 앞에 서더니, 내리려는지 하차벨을 누르더군요.

뒷문 바로 뒤에 앉은 나는, 자연스럽게 그 여자승객을 흘끔 쳐다보게 됐는데,
대략 옆의 사진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이웨스트스커트가 작년부터 유행인듯 하더니, 올해도 많네요.
여성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잘 입으면 몸의 곡선을 아름답게 살릴 수 있는 스타일이죠.
물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 여자승객은 타이트한 미니하이웨스트 스커트에, 타이트한 블라우스, 명품백에 킬힐까지 갖추셨더군요. 물론, 외모나 몸매도 옷차림과 제법 잘 어울렸구요.
특히, 그녀의 이마는 구하라의 이마나 김아중의 이마보다 더 완벽했어요.

그녀의 이마는 원래 이마일까, 수술한 이마일까... 잠시 생각하던 중에,
술기운 탓인지, 뒷문 앞에 서서 조금씩 휘청거리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망함에 황급히 시선을 거두려던 찰나,
그녀의 타이트한 블라우스의 중간 단추하나가 떡하니 벌어져 있는게 보이더군요.
몸이 곡선인 여성들이 타이트한 블라우스를 입었을 때 가끔씩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다만, 타이트한 블라우스 한가운데 벌어진 단추 사이로 보이는 가슴골과 화려한 속옷은 남들의 시선을 자꾸 그곳에 집중하게끔 만드는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곤하죠. 



그녀의 이마를 흘끔거리다, 눈이 마주치고, 순간적으로 그녀의 가슴골과 화려한 속옷까지 목격하게 된 나는,
혼란스럽더군요. 알려줘야 하나, 모른 척 해야 하나...
일부러 정확히 그 곳의 단추만 하나 풀어놓지는 않았을테니, 분명 본인도 모를텐데... 

모른척하기엔, 그녀의 몸매도, 속옷도 너무 화려했어요.
게다가 12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고, 그녀는 조금 취한 듯 보였기에,
내내 갈등하다가, 버스가 압구정역에 도착해서 뒷문이 열리는 순간,
정말이지 큰 용기를 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용히 얘기했어요.
"저기요... 블라우스 단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용기, 최선의 선택 아니었을까요.

뒷문이 열리고, 내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내리려다 말고,  갑자기 술이 확 깨는지 날 쳐다보더군요.
고맙다고 가볍게 목례를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날 쳐다보더니, 큰 목소리로, "에이, 재수없어" 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열린 뒷문으로 버스에서 내리더군요.

조용한 버스 안에서 그녀의 "에이, 재수없어"라는 한마디가 어찌나 크게 들렸는지,
맨 뒷좌석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던 남자 승객도 잠에서 깼어요.

그녀는 이미 버스에서 내렸고,
아무 내막을 모르는 버스기사 아저씨와 뒷좌석의 남자 승객은,
내가 왜 재수없을까...궁금하다는 듯, 날 쳐다보더군요.

순간, 울어버리고 싶었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변태로 오인받은 중년남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내가 남자였다면 좀 불쾌했을 수도 있겠지만....
혹시, 취한 그녀의 눈에는 내가 남자로 보였던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뭘 잘 못 한걸까요.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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