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서야 잠이 든 관계로, 눈뜨자마자 대충 씻고 극장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충무로영화제.
어제 ID카드와 함께 받은 안내 책자 앞부분에 실린, 나경원의 인사글부터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오발탄은 봐야 한다는 생각에.
12시 30분, 유현목 감독님의 영화 <오발탄(1961)>.
영화와 상관없이라도, 영화에 등장하는 노모의 "가자, 가자!"라는 대사로도 유명한 영화죠.
유현목 감독은 전후 1950년대에 급격하게 변화해가던 사회의 혼란상을 예리하게 그려낸 <오발탄>에서 주인공의 실성한 노모가 "가자, 가자!"를 외치는 대목이 "북으로 가자는 것이냐"는 공안당국의 억지에 따라 곤욕을 치르는 일까지 겪어야 했다. 그 뒤 한국영화는 사회 비판의 문제의식이 거세된 채, 호스티스 영화나 <애마부인>류의 영화가 스크린을 장식한다....
유현목 감독은 1심에서 1년 6개월형을 구형받았고, 결국 반공법 부분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음화에서는 유죄에 해당하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왜 갑자기 음화냐고? 이것이 반공법, 국가보안법에 꼭 따라다니는 안전장치인 '끼워넣기'다....
음화 부분은 유현목 감독이 당국을 세게 비판하자 그가 <춘몽>이라는 영화를 만들 때 여배우의 뒷모습 나체를 찍은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유현목 감독은 1심에서 1년 6개월형을 구형받았고, 결국 반공법 부분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음화에서는 유죄에 해당하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왜 갑자기 음화냐고? 이것이 반공법, 국가보안법에 꼭 따라다니는 안전장치인 '끼워넣기'다....
음화 부분은 유현목 감독이 당국을 세게 비판하자 그가 <춘몽>이라는 영화를 만들 때 여배우의 뒷모습 나체를 찍은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대한민국사 4권, '국가보안법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중에서
예전에 한번, DVD로 봤는지 VHS로 봤는지 기억도 잘 안나지만,
어쨌든 <오발탄>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수는 없으니까요.
'휴전 후 1950년대의 빈곤과 불안, 모순, 절망의 상황을 탁월한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조명한 문제작'이라는 것은,
<오발탄>을 설명하며, 거의 모든 한국영화사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그리고, 왕가위의 <열혈남아>
<화양연화>이후로, 왕가위 영화에 큰 감흥을 잃었지만,
어쨌든 그의 초창기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그 정서엔 여전히 열광할 수 밖에요.
고등학교때 이 영화를 친구들과 비디오로 보고는,
이 세상의 모든 첫키스는 무조건 공중전화 부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시 보니, 공중전화 부스 키스 씬은 좀 심심하더군요^^;
그리고, 다큐멘터리 <발렌티노: 패션계의 마지막 황제>
패션과는 거리가 먼편에도 불구하고, 발렌티노의 드레스를 10여벌 이상은 알고 있는 듯 싶어요.
오드리 햅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재클린 케네디, 쥴리아 로버츠, 기네스 팰트로우가 입었던. 10벌은 넘겠군요.
발렌티노의 패션세계도 패션세계지만, 그의 연인이자, 사업파트너 지안카를로 지아메티와의 관계까지.
큰 기대 없이 봤는데, 너무 좋더군요.
50년을 함께 사랑하고, 함께 살고, 함께 일하고, 함께하는 연인앞에서 동성과 이성의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리고, 스페인 영화 <For the Good of Others>
<떼시스>와 <오픈유어아이즈>, <씨인사이드>의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제작하고,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오스카 산토스가 연출하고, <떼씨스>의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가 출연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GV까지. 감독도 배우도 너무 멋있더군요.
<오픈유어아이즈>의 세자르가 눈앞에서 웃었어요. 하마터면, 싸인받을 뻔^^;
어쨌거나, 낮 12시에 나가서 밤 12시에 들어왔어요.
간만에 영화 4편.
중간에 배가 너무 고파서, 아침겸점심겸저녁으로 롯데리아 햄버거 하나.
게스트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보냈더니,
(올해는 게스트라운지가 명동입구에 권상우의 얼굴이 그려진 카페, 티어스더군요. 내가 거길 가게 될 줄이야^^;)
확실히, 이제는 30대의 체력이...
50년대 남한사회와,
80년대 홍콩과,
07년의 로마와 파리를 거쳐,
09년의 스페인까지...
생각해보니, 지칠만도 하군요.
그래도, 이렇게 영화본게 얼마만인지, 1박2일식 표현을 빌자면, 초심으로 돌아간것 같아 기분은 좀 좋군요.
밥보다 영화. 푸하하.
어쨌거나, 지금은 혼자 방안에서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며 술한잔.
내일은 오전 10시에 이만희 감독님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봐야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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