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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1 G20 정상회의 (1)
- 2010/10/17 한의원 (4)
- 2010/10/11 문자 (1)
- 2010/09/17 콜미 (2)
- 2010/09/16 야식 (1)
- 2010/08/13 취직시켜주세요... (1)
- 2010/07/24 Do you remember me?
무작정 청량리역에 가서, 가장 빠른 기차를 타고,
바다가 가까운 어디라도 내려,
바다가 보이는 허름한 횟집에 들어가, 회 한접시, 소주 한병 마시고는,
근처 카페에서 진한 커피 한잔 마셨으면 좋겠네요.
이왕이면 카페에서는 파가니니의 음악이 나오고 있었으면.
그런 일탈을 유혹하는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어요.
혹은 이런날,
재래시장에 들려,
고구마 한봉지, 가래떡 한봉지 사가지고 오는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어요.
눈이 쌓여가네요.
카페 2층 창밖 풍경을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눈 내리는 영화도 아닌데, 데이비드 린의 <밀회>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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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 (4) | 2010/10/17 |
| 문자 (1) | 2010/10/11 |
오늘도 자주 가는 커피숍에서, 주문하려고 계산대 앞에 섰더니,
"따뜻한 아메리카노 머그잔 맞으시죠?"라고 알바생이 묻네요.
헉. 이봐, 총각. 지금 그 말은 내가 하루에 하는 유일한 말이라고요.
지금 총각이 나의 유일한 말을 빼앗았다구요.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조용히 "네" 한마디 건네고 커피를 받아왔어요.
커피와 함께, 책을 펼쳤습니다.
' ... 이들이 행하던 전통적인 할복은 아랫배 왼쪽에 칼을 꽂은 후 오른쪽으로 평행하게 자르다가 위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L자형으로 베어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복강 내 장기에 손상을 입을 정도로 깊게 가르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당연히 고통은 극에 달하고 목숨은 금세 끊어지지 않아 곁에 있던 사람이 가이사쿠(할복하는 사람의 목을 쳐 고통 없이 죽도록 하는것)를 해줘야만 했다...'
'... 뒤쪽에 대한 검사가 끝나면 시체를 다시 바로 눕히고 가슴으로부터 불두덩 바로 위까지 절개한다. 다음으로 가슴의 피부와 근육을 벗겨 흉곽을 노출시킨 후 흉골과 함께 갈비뼈의 연골을 역V자로 잘라 떼어낸다. 그러면 가슴과 배 속이 다 열린 셈이다... '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단락들입니다.
하루의 유일한 말을 알바생의 친절로 인해 빼앗기고,
온갖 죽음과 살인의 흔적을 파헤친 책을 읽고 있자니,
뭔가 싸-한 느낌이 드는군요.
10cm의 '아메리카노'라도 들으며 흥얼거려야겠어요.
이별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노래따라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더니,
비극과 탐욕, 액션 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렇게 하루가 삭막해지는걸까요.
다음번에는 좀 말랑말랑스윗달짝달콤한 이야기를 써야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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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 (4) | 2010/10/17 |
| 문자 (1) | 2010/10/11 |
가끔씩 '무릎팍 도사'까지는 아니어도, '무릎픽 도사' 인 척 할때가 있다는걸 알아요.
그려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공간을 가르는 묘한 전기, 몰래 품은 연정의 태도, 표정관리가 안 되는 찰나, 두 눈에서 나오는 핑크빛 레이져, 농담 한마디에 구겨지는 자존심... 이상하리만큼, 나는 누군가의 그런 순간과 단면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영화를 한답시고,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좀 하다보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에 대해 아는 척 할때가 많아요. 그러지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쉽게 잘 안고쳐지네요.
오늘은 예전에 잠시 다녔던 학교 선배의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청첩장은 커녕 전화 한 통 받지 않고, 그것도 부담스러운 호텔 결혼식에 갔던건...
(물론, 내 전화번호를 몰랐겠지만.)
그 선배와 나와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선배에 대한 기억때문이에요.
수학과에 가서 영화를 하겠다고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좀 웃기지만.
당시에 나는, 전공은 수학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당당하게, "나는 영화를 할꺼다..." 라고 얘기하고 다녔었죠.
솔직히 그때는, 영화에 대한 굳은 결심보다는, 공부밖에 모르는 너희들과는 좀 다르게 난 침좀뱉었노라는...
선전포고 혹은 우스운 선긋기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는거죠. 그때는 진지했어요.
3월에 어느 술자리에서, 한 선배가 묻더군요. "하면 된다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뭐래?'라는 표정으로 봤더니,
"세상에는 하면 좆 되는게 얼마나 많은 줄 아냐"는 말로 시작해서 뭐라뭐라 하는데,
세상을 어떻게 그렇게까지 패배적으로 사는지도 이해 안되고, 당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뭐 어쩌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나한테 왜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뒤늦게서야, 그 선배가 영화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난 그 선배가 시끄럽다 생각했지만, 결국 시끄러운건 그 선배가 아니라 나였던거죠.
하루는 밤을 새고 그 기분에, 그냥 새벽에 학교에 간적이 있는데,
과방에서 누가 쏼라쏼라... 이상한 말을 하고 있더군요.
들어가봤더니, 그 선배가 혼자 중국어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뒤늦게서야, 그 선배가 중국어학원 새벽반을 3년째 계속 다니고 있다는 걸 알았죠.
학교는 다니기 싫고, 술 마시는거 말고는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던 당시,
중간고사 시험대신 시네마테크의 영화를 보러 가는게 내가 했던 유일한 액션이었고,
그래서 그냥 그렇게 수업에 안들어가고, 영화나 보러 다니고, 술이나 퍼마시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었던 나한테, 그 선배의 새벽을 가르는 중국어소리는 충격이었죠.
같이 영풍문고에 들린 적이 있어요.
뭐 책이야 나도 좀 읽는다... 생각했었는데, 문학 아니면, 사회과학인 나에 비해,
옛날옛날 무식하게 공부하던 누군가가 영어사전을 한페이지씩 뜯어먹듯이,
그 선배는 무식하고, 치열하게, 닥치는대로 읽어대고 있었더군요.
저자 이름 입력하면, 책이름과 내용, 관점에 해설까지... 무슨 도서검색대 수준이었으니까요.
개인의 취향이라며 끝끝내 양담배를 고집하던 내가 담배를 피고 있으면,
단 한번도 그냥 넘어간 적 없이, 내내 잔소리를 하던 것도 그 선배였지요.
외화 타이타닉과 양담배의 상관관계에 대해 떠들며 반항했다가, 거의 특강 수준의 잔소리까지.
그 선배에 대한 기억은 이것 말고도, 한참 더 있어요.
모두, 그 선배는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들. 오로지 나만의 기억.
그 선배는 지금, 내가 그닥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는 모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어요.
어쩌면 한결같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분명한건, 내가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줄 알면, 싫어하겠죠? 부끄러우려나? ㅋ
그리고, 결혼식에 가서 오랫만에 만난 선배들.
기억의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겠지만,
표현하지 않더라도 내 맘에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은,
하나같이 이상하고 기묘한. 그리고, 정작 본인들은 절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지요.
식장 앞에 우르르 모여 있는 선배들을 맞닥뜨리니,
십년도 지난, 예전 그 선배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혼자 피식, 웃고 말았어요.
나도 이젠 누군가에게는 오랫만에 만난 선배가 될때가 많은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순간을 어떤 모양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좀 두렵기도 해요.
어쨌든, 올해의 마지막 결혼식이었네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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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 (4) | 2010/10/17 |
| 문자 (1) | 2010/10/11 |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중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터키, 호주, EU,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G20 정상회의가 대한민국에서 열리네요.
누구말마따나, 레알 국격 돋습니다요.
나 같은 딴따라야,
글로벌 금융 위기가 어디서 기인했는가는 덮어둔채, 금융위기를 해결하겠노라 미국을 중심으로 모인 G20이
결코 반가울리 없지만,
각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신다니,
국격이 높아진다니,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겠어요.
삼성역에 지하철이 무정차통과를 하든 말든, 서점이 23년만에 문을 닫든 말든,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니 음식물 쓰레기는 버리면 안되고,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니, 하루벌어 하루사는 노점상들도 며칠이나 휴업을 해야하고,
껌도 씹으면 안된다는군요.
그리고, 싸우나 이용도... (대체 근무시간에 경찰들은 왜 싸우나에서 대기하는걸까요?)
아, 당연히 8일부터 13일까지는 대치동, 삼성동 지역에 택배 배달도 안된답니다.
이쯤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얘기,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
어머! 안타깝게도, G20 기간에는 똥도 싸면 안됩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어디 국격 떨어지게 똥이라뇨.
내 똥, 내 맘대로도 못 싸냐고요?
“G20이 뭔데 ‘똥’도 싸지 말라고?” 서울시, 정화조 차량 운행도 중지시켜
아, 국격을 높인다는건 역시 힘든 일이었어요.
국격에 대해 단 한번도 고민해본적 없는 나로서는,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요.
국격이 높아진다는데, 세계가 지켜본다는데,
그깟 똥좀 며칠 안싸고, 택배 좀 늦게 받고, 음식물 쓰레기 안 버리는게 대수겠습니까.
G20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데 말이죠.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니 몸짓공연이라도 하고 싶어지네요. 곡명은, '쥐가 백마리'
양손 허리에, 박자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폈다가, 환한 미소를 띄면서, 최대한 귀엽고 깜찍하게!
아, 물론. 소녀시대가 부르는 'gee'도 있지요. 압니다.
하지만, 소녀시대가 gee를 부르며 입었던 파스텔색의 스키니진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까요.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바지라도 터지면 안되잖아요. 똥도 못 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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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 (4) | 2010/10/17 |
| 문자 (1) | 2010/10/11 |
| 콜미 (2) | 2010/09/17 |
한의원 첫날.
어이없게도, 서른이나 넘은 주제에, 한의사의 요상한 망치질에 소리내서 울어버렸어요.
아이를 달래듯, 한의사가 친절한 목소리로 묻더군요.
무슨 일 하세요? / 백수입니다!
컴퓨터 오락 많이 해요?
헐. 차마 일 안하는 영화인이라고 하기 민망해서, 그냥 백수라는 소리를 쉽게 하는 편인데,
집에서 하루종일 컴퓨터 오락만 하는 그런 백수를 상상하셨나봐요.
하긴, 좀 너무 백수스럽게 입고 가기도 했으니까요.
한의원 둘째날.
어김없이 괴성과 함께 소리내서 울어버렸어요. 아픈걸 어쩌겠습니까.
닫긴 침대 커튼 너머 들리는 꼬마 아이의 목소리.
"엄마! 난, 아파도 안 울고 참았는데!"
이런게 진정한 '굴욕'.
커튼을 열고 그 꼬마녀석에게,
인생과 나이와 고통과 인내에 대해 니가 알기나 하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더군요.
더 기분 나쁜건, 애써 웃음을 참는 한의사와 간호사들. 차라리 소리내서 웃으시지 말입니다.
한의원 셋째날.
많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날개근육이 쉽게 회복되지도 않을 뿐더러,
워낙에 스트레스가 심하고, 몸이 긴장해 있는 상태라, 기혈어쩌고저쩌고...
몇번 치료를 더 해보고 안되면, 한약을 좀 먹어보는게 어떻겠냐고 묻네요.
차마, 침맞으러 오는것도 부담스러워서 여지껏 버티다 온 백수라고는 얘기 못하고,
네.... 라고 했어요.
그놈의 스트레스, 긴장, 울화, 홧병... 뭐 이런건 한의원에 갈때마다 듣는 말이기는 하지만,
정작 나는, 사는데 그렇게까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는단 말이죠.
근데, 실은 지난 이틀동안 다시금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함에 허우적.
어차피 우리는 꿈이라는 실형을 살고 있는게 아니냐던 누군가의 이야기도 떠오르고,
이제 갓 서른이 된 후배녀석이 위암 말기라는 얘기와,
다 썼다 생각했던 글을, 다시 펼쳐들고 고쳐야 한다는 압박과,
이번달 까지만 버티면, 어떻게든 될꺼라 생각했던 일이, 다시금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농담처럼 얘기하던 편의점 알바든, 삼겹살집 알바든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두달후면,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나의 부담감보다 우리 부모의 부담감이 역으로 날 짓누르고,
이쯤 쓰다보니,
내가 좀 스트레스가 심하긴 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좀 드네요.
도와달라는 후배녀석의 요청을 결국 거절했어요.
대충 10월이면, 다시금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술마실 수 있을꺼라 기대했지만,
도리가 없군요.
아흔아홉번 잘해도, 한번 못하면 못한게 된다지만,
하긴, 뭐 아흔아홉번도 그동안 잘 하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그람시가 내게 준 선물.
어쨌든, 한의원에서는,
스트레스와 긴장이 심해 기순환이 안되고, 몸이 굳어있는데다가,
직업병 (오락으로 인한?) 때문에 날개 근육이 벌어진 상태라는군요.
이제 정말 날개가 돋나봐요.
출처 : googims 쇼핑몰
더 나이들기 전에 커플룩이라도 한번 입어보라는 뜻이겠지요.
우리 제법 친한가봐요.
핸드폰을 넘겨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
KB카드.
오해는 하지 마세요. 기껏해야 커피값. 게다가, 오늘 하루의 결제내역은 아니랍니다.
문자메시지의 기능은, 안부를 묻거나, 약속을 잡거나, 마음을 전하는 게 아니라,
얼마짜리 커피를 어디서 언제 마셨는지 알려주는 것 뿐이군요.
관계에 있어서,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상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같으면 좋겠지만,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클 경우에는, 그 마음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고,
상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클 경우에는, 그 마음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고,
얼마전 후배에게 말도 안되는 오지랖을 부렸어요. 정신이 나갔었나봐요.
그래도 솔직히, 100퍼센트 진심이기는 해요.
다만, 내 마음이 그렇다 하더라도, 내 삶은 당췌 그렇지 않다는건, 내가 더 잘 알지요.
언제나 내 현실은 내 마음을 배신하게 마련이니까요.
오늘에서야,
가까운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음 너그러워지는 명절을 앞두고, 명절인사겸, 바뀐 핸드폰 번호도 알릴겸.
ㄱ,ㄴ,ㄷ... 순으로 차례대로 보내다가,
문자를 받고 연이어 걸려오는 전화들에, 결국 보내다가 말았습니다.
제법 긴 통화를 했네요.
잠수탄적은 없습니다. 전화통화가 불가능했을 뿐이지,
메일과 블로그와 트위터로 수다를 떨고, 사람들도 만나고 했으니까요.
전화가 없다는건, 생각보다 그리 불편한 일이 아니에요.
물론, 주변사람들의 불편함은 외면하고^^;
뻔뻔하게 얘기하지만,
마음에 대한 예의도, 마음에 대한 책임도 다 하지 못했음을.
그냥 내가 편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매일마다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일순간, 끔찍하게 느껴지는 순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사실들을, 일순간, 전부 의심하게 되는 순간,
진짜라고 믿었던 것들이, 일순간, 전부 가식이고 거짓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들을 동시에 겪으면서 어쩌면 정말 나는 증발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너무 의심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고,
그리고 오늘, 또 뭔가를 거절하면서, 좀 더 버틸것을... 잠시 후회도 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 비겁해지지는 말자 싶어요.
그게 예의든, 책임이든간에.
나의 원래 전화번호. 011-OOO-OOOO.
나의 바뀐 전화번호. 010-5OOO-OOOO.
문자를 마저 보낼만큼 성실하지 않다는건, 다들 아실테니,
혹시라도 문자를 못 받아으신 분들도 서운해하지는 마시길.
가나다 순으로 보내다가 말았을 뿐입니다.
보내다가 만, 명절인사.
복된 명절 되시길. 남은 2010년, 더 행복하시길.
나는, 백수주제에, 긴 연휴를 맞이해서,
초심으로 돌아간 열공모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갑자기, 영화를 갓 시작했을때 봤던, 필름아트와 샷바이샷이 보고 싶어졌어요.
명절때 혼자 집지켜야 하는 독거백수의 불명예를 벗고,
대학가 근처 커피숍에서 명절을 잊은 고시생 처럼, 공부를 좀 해 볼까 합니다.
갈곳 없는 독거백수들, 전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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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떡볶이, 타코와사비, 마늘치킨, 오징어회, 골뱅이소면, 홍합구이,
오징어순대, 고르곤졸라피자, 김치전, 파닭, 쭈꾸미 그리고 짬뽕.
지금 생각나는 야식...
인 줄 알았는데, 어머, 그러고 보니, 모두 술안주.
역시 난 배고픈게 아니라, 술이 마시고 싶은 거였어요.
현재 위치, 로데오거리 구석에 있는 모 커피숍.
커피숍이 문을 닫고, 첫차가 다니는 새벽 5시까지는 꼼짝없이 갇혀서 작업을 해야하는데,
트위터에 올라오는 야식 이야기에 급흥분했네요.
아, 정말 인터넷이 안되는 카페를 찾아야 할까봐요.
우리 집 냉장고에 뭐라도 있으면 미친척, 택시라도 타고 집에 가겠지만,
어차피 비어있는 냉장고.
요즘 살벌한 채소가격과, 식구들이 집에서 밥 먹는 일이 별로 없다고,
정여사님께서는 시장을 뚝 끊으셨어요.
주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삼십대 백수 딸은 잊으신게 아닐까 의심스럽지만,
딸의 다이어트를 위한 정여사님의 깊은 뜻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 흑흑.
아닌게 아니라, 지난 주 내내 지나친 음주활동 결과, 다시금 깨달은 인체의 신비. 많이 먹으면 찐다는 사실.
근데, 이 없어보이는 포스팅은 대체 왜 하고 있는걸까요.
아, 배고픔을 글로 극복하는 훌륭한 자세...
라고 우기고 싶지만, 결국엔 일하기 싫어 하는 딴짓.
아, 3시간 남았군요.
딱 3시간만 집중해서 작업하고, 집에 가서 모닝와인 한잔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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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4) | 2010/07/15 |
내 마음은 맞지만, 내 얘기는 아니고^^;
H대앞 H 커피숍에서 맞닥뜨린 누군가의 낙서입니다.
어쩌면, 지금 나의 상황 때문에 더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취직하고 싶다'도 아닌, '취직시켜주세요'라는 절실한 낙서에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더군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망의 흔적을 남긴 분이 부디 좋은 곳에 취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이재오가 그랬죠.
“대학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 시험을 보는데 그러지 말고,
지방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1~2년 일하게 한 뒤 (대기업) 입사 지원 자격을 줘야 한다”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 (대학) 떨어진 애들 재수·삼수 학원 보내는데, 이게 다 사회적 비용이다.
우선 공장이나 농촌에서 1~2년 일하고 그 성적을 갖고 대학에 가라”
'재수생 발언’ 이재오 장관임명 반대
뉴스를 보고 묻고 싶어졌어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다른 대학에 들어가, (8학기가 아닌, 12학기 재학으로 사회적 비용 과다 발생),
영화 전공으로 졸업하고, (영화과의 비싼 등록금으로 사회적 비용 과다 발생),
영화일을 하면서, 시급으로 따지면... 시급 천오백원은 되나? (사회적 비용 과다 발생),
졸업한지 7-8년 중에 백수생활 3년째인, (아, 사회적 비용 과다 발생)
나같은 딴따라는 어디로 보내실 계획인가요?
생각해보니,
남들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남들보다 여러번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나왔음에도,
남들보다 경제활동을 안하고 백수 건달로 지내는 나는 사회적 비용을 잠식시키는 주범이구나.... 싶었어요.
급 반성이 되더라구요. 진심으로. ㅋ
하지만, 정말 궁금한건....
내 꿈의 비용은 얼마로 책정하실껀지.
당신이 얘기하는 사회적 비용과 견주어보기나 한 적은 있으련지.
스무살, 대학교 1학년생, 그 청춘의 꿈과 열정은 얼마로 책정하실껀지.
스무살, 재수생, 그 청춘의 꿈과 열정은 얼마로 책정하실껀지.
'취직시켜 주세요'라고 학교 앞 커피숍에 낙서하는 저 20대의 소망과,
당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비용을 저울질 할 수 있을껀지.
아, 이재오가 특임장관이지요.
임기동안 또 무슨 일을 벌일지 기대가 됩니다. 진심으로.
재수생이나 삼수생, 취업준비생들보다 분명 나 같은 백수가 먼저 어딘가로 끌려가게 되겠죠.
어디로 끌려가게 되는 걸까요.
그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끌려갈 백수 영화인들이 주변에 많아서 외롭지는 않을껍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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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잉여의 상태.
누군가가 그랬었죠.
너는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애인도 없고, 비젼도 없으면서, 대체 뭘 믿고 그리도 잘난척이냐고.
부정할 수는 없겠네요.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애인도 없고, 비젼도 없는 건 객관적 사실이니까요.
문제는, 나에게 없는게 그것 뿐이 아니라는거죠.
신분증이 없어요. 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네요.
지갑을 잃어버린게 2년전인가, 3년전인가 그래요.
사진을 새로 찍고, 신분증을 새로 만들고 등등의 절차가 돈도 들도, 귀찮기도 하고, 딱히 신분증이 필요할 일도 없고 해서, 신분증 없이 지내고 있어요.
간혹 어쩌다 신분증이 필요할 일이 생기면 여권을 들고 나갔는데,
여권 기간만료일이 7월 12일까지였군요. 벌써 열흘이나 지났네요.
이로써, 나라는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완벽히 사라졌군요.
난 지갑도 없고, 주민등록증도 없고, 면허증도 없고, 이젠 여권까지 수명을 다했으니까요.
게다가, 손전화기가 없어요.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하다는 통신수단을 과감히 없애버린지 3주정도 지났군요.
그러고보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어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네요.
한때는 어떻게 그 많은 통화와, 만남과, 모임을 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이렇게 섬처럼, 그림자처럼, 완벽한 잉여로 지내는게,
조금은 이기적이고, 사치스럽다는 걸 알지만, 나름의 최선이란 생각도 들어요.
벌 하듯, 혼자 마시는 술을 스스로에게 금하고 난 이후로,
문득문득 술을 마시고 싶을 때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거나, 누군가를 붙잡고 수다를 실컷 떨고도 싶기도 해요.
여름입니다. 뜨거운 여름.
한여름의 강렬한 태양이 좀 수그러들면, 그림자도 조금 옅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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